fnctId=bbs,fnctNo=3447
- 작성일
- 2008.10.30
- 수정일
- 2008.10.30
- 작성자
- 신동로
- 조회수
- 741
학교체벌과 학교폭력
교육현장에서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고질적인 문제 중의 하나로 학교폭력을 들 수 있다. 그 간 학교폭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시도 교육청 단위로 학교폭력전담반을 조직하고 학교, 학부모, 청소년 상담원, 경찰, 검찰 등 각종 유관단체들이 협력을 얻는 등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조금도 나아지는 징후를 보이지 않고 있다. 급기야 정부에서는 예견되어지는 상당한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훈육를 전문적으로 담당하는 일부 교원들에게 사법권을 주어 이의 문제 해결을 위하여 노력하고 있다.
지난해 학교폭력으로 징계 받은 학생의 수는 전국적으로 5,808개 학교 6,604명으로 집계됐다. 교육인적자원부에 따르면 2005년 학교 폭력으로 퇴학 91명, 출석정지 382명, 전학 410명, 학교 또는 사회봉사 4,659명, 서면사과・접촉금지・학급교체・심리치료 등 기타 1,062명 등의 학생이 특별 조치를 받았다. 징계로 가지 않고 주의정도 받은 통계까지 헤아리면 학교폭력이 어느 정도 심각한지를 짐작할 수 있다.
한편 학교에서 교사들에 의하여 훈육 상 사용되는 방법의 하나로 체벌이라는 것이 있다. 우리의 교육현장을 보면 학습 면이나 생활지도면에서 학생들에게 체벌을 가하는 경향이 적지 않음을 볼 수 있다. 신체 부위에다 불쾌자극을 가하여 바람직하지 못한 행동을 억압하고자 사용하는 체벌이 다른 방법 보다 경제적이고 즉각적인 효과가 있다고 생각하는 교사들에 의해 사용되고 있기 때문으로 여겨진다. 체벌사용을 옹호하는 입장에서 보면 체벌은 문제행동을 빠르게 약화시키거나 소멸시킬 뿐만 아니라 옳고 그름을 구별하는 변별학습을 촉진시키고, 다른 학생이 유사한 문제행동을 일으키지 않도록 방지하는 효과 즉, 대리경험을 시키는 이점이 있다고 주장되어 지기도 하다. 그러나 최근에는 많은 국가에서 이런 저런 이유로 인하여 학교교육에서 체벌의 사용을 금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으며 우리의 교육계에서도 이 문제에 대한 재검토가 교육개혁의 일환으로 적극적으로 시도된 적이 있다.
예를 들어 1998년부터 서울시 교육청에서는 “체벌 없는 학교 만들기 운동”을 전개하기로 하였다. 그 당시 체벌 추방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었다는 판단 하에 이를 강력하게 추진하기로 하여 우선 원칙 없는 체벌을 금지하고 1999년도부터는 일체의 체벌을 금지하도록 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은 오래가지 못하고 교육부는 체벌에 관한 기본 원칙을 확정하여 “일선학교 교사들은 교육상 불가피한 경우 사회통념을 벗어나지 않는 범위에서 학교규정에 명시된 기준에 따라 학생을 체벌할 수 있다.”라고 명시하였다. 이에 각급 학교단위로 체벌사용지침을 제정하여 학교장의 허가를 얻어 교육적으로 실시하도록 하여 오늘날 한국은 여전히 체벌 사용국가로 분류되고 있다.
필자의 관찰과 교육 경험에 의하면 체벌과 학교폭력, 이들 두 가지 행위 간에는 어떤 관계가 있지 않는가 싶다. 체벌을 사용하지 않는 국가에서는 학교폭력의 문제도 거의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가설은 우리나라 학교 내에서도 존재한다고 할 수 있다. 필자가 35년 전 근무하였던 한 고등학교에서는 체벌이 사용되지 않았는데 우연하게도 학교폭력의 문제도 없었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주로 학생들 상호 간에 자행되는 학교폭력과 교사가 학생들에게 행하는 체벌 간에는 명백하게 그 사용 목적이 다르다고 해도 심리적인 과정과 외형상으로 다음과 같은 유사성이 상당한 정도로 존재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 신체부위에다 불쾌자극을 가한다는 점이다. ▶ 당하는 자가 가하는 자를 회피하는 회피학습이 유발된다. ▶ 당하는 자가 폭력이나 체벌을 당하는 장소를 회피한다. ▶ 바람직하지 않은 부작용이나 후유증이 반드시 수반된다. ▶ 체벌과 폭력은 물리적인 관점에서 비슷한 점이 많다. ▶ 당하는 사람의 의사와 관계없이 거의 강제적으로 시행된다. ▶ 일반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있는 자가 가하고 불리한 위치에 있는 자가 당한다.
이상과 같은 양자 간의 유사성에 의하여 학교 교육에서 체벌을 사용하지 않으면 학교폭력도 줄어 들 것 같다는 가설을 설정하고 싶다. 이러한 가설은 앞으로 조심스럽게 검증되어야 할 연구 문제이지만 몇 가지 연구결과가 이론적인 배경을 제공한다고 할 수 있다. 예를 들면 가정교육에서도 부모의 체벌 없이 양육된 집단과 체벌을 사용하여 양육된 집단 간의 공격성과 폭력사용 빈도에서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가 있다는 연구보고가 상당히 누적되어 있다.
체벌과 폭력과의 유사점의 열거와 체벌과 학생폭력간의 관계를 이 정도 설명하고 우선 이야기의 전개를 위하여 필자의 자녀 교육과 관련한 유학 시절 경험담을 소개하고자 한다. 80년대 초 미국 유학길에 자녀를 동반하여 미국 오스틴 텍사스주 오스틴 시의 한 초등학교에 딸아이를 입학시켰다. 하루는 학교당국으로부터 하나의 학교통신문 왔는데 그 내용은 “학습지도나 생활지도상 필요한 경우 교장이 행하는 체벌에 동의하느냐 하는 여부를 묻는 것이었다. 동의하면 yes 란에 ∨ 표하고, 반대하면 no 란에 ∨ 표하는 식이었다. ”미국 사람은 키가 크고 속이 없다는 데 별것을 다 학부모에게 물어 보는 구나.“ 생각하고 그저 무심코 yes 란에 ∨ 표하고 딸아이에게 되돌려 주어 제출하게 하였다. 그 후 얼마가 지나 학교 공개행사에 참석하여 사제간의 인간관계 분위기 등을 보니 도저히 체벌을 사용하는 분위기가 아님을 직감하였다. 이런 분위기에서 나의 딸아이가 체벌을 당했다면 얼마나 처량하였겠느냐고 생각한 나머지 담임교사에게 도대체 체벌 사용에 동의한 학부모가 몇 분이나 되느냐고 묻었을 때, 답변은 \"Only you!\"라고 짤막하게 들었을 때 그 씁쓸했던 기억이 지금도 가시지 않는다. 그러한 씁쓸했던 마음은 우리 문화권에서 아무런 저항 없이 당연하게 사용해야 하는 체벌의 본질이 무엇이고 다른 국가에서는 어떻게 사용하는가 하는 면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기원전 2000년 경 메소포타미아 지방에 살았던 메이족이 인류 최초로 체벌에 관한 기록을 점토판에 남겼다. 고고학자들에 의하여 판독 해석된 결과에 의하면 그 당시 체벌이 학교에서 상당히 심하게 사용되었음이 한 학생의 표현에 의하여 전해지고 있다. 이와 같이 체벌이 2000년 이상 별 저항 없이 사용되었으나 최근에 와서는 그 사용 여부가 논란의 대상이 되었다. 그런 결과 체벌의 효용성과 그 부작용 대한 우려로 말미암아 이의 사용을 금하는 국가가 차츰 증가되고 있는 추세이다. 일찍이 폴란드에서는 1783년부터 학교에서의 체벌사용이 법으로 금지되었고, 네델란드는 1850년, 프랑스는 1887년, 핀란드는 1890년, 스웨덴은 1958년부터 체벌 사용이 불법화 되었다. 일본은 1970년대 후반 각 지방 교육청단위로 약간의 변화가 있기는 하지만 1945년 제정 공포된 일본학교 교육법 제11조에 의해 학생에 대한 징계의 수단으로서의 체벌이 금지되고 있다. 독일의 경우 1970년대부터 전반적으로 체벌사용에 있어서 매우 신중한 자세를 견지하는 경향이 나타나기 시작하여 초등학교 저학년이나 여학생에게는 체벌의 사용을 금하고 있으며 아예 학교법이나 행정지침으로 교사의 체벌사용을 명문화하여 금지하는 주가 많이 증가하고 있다. 영국의 경우 체벌을 근절하기 위하여 정부가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하고는 있지만 입법적인 조치보다는 교육관계자들 간의 합의를 더욱 존중하는 방향으로 유도하고 있어 거의 사용이 중지된 상태이다.
특기할 만한 사항은 옛 소비에트 연방공화국과 그 위성국가들이 학교교육에서 체벌을 법으로 금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리하여 동북아시아의 대표적인 네 개의 국가, 대한민국, 북한, 중국, 일본 중 대한민국만이 체벌이 허용되고 있다.
미국이나 캐나다의 경우 대략 1960년대부터 체벌의 사용문제가 논의의 쟁점이 되었다. 그리하여 1970년대 말에 이르러 미국은 체벌을 주법으로 금하는 주가 대여섯 개로 늘어나드니 1988년에 이르러서는 11개 주로 늘어났고. 2006년에 이르러 25개 주 이상으로 증가되었다. 캐나다의 경우는 온타리오주에서 법으로 금하고 있으며 대부분의 주에서 여학생의 체벌을 통제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주법에 의하여 금하지 않고 있더라도 교육청 단위로 규정을 정해 사실상 체벌이 거의 사용되지 않고 있다.
하나의 예를 들어 텍사스주의 오스틴시 교육청에서 제정한 체벌사용지침(Administration Handbook, {Fo-Local}, Nov. 10, 1986, Austin, Texas)의 개요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1. 체벌의 사용을 위해 사전에 학부모의 허락이 꼭 요구되지는 않는다. 2. 만일 어떤 학부모가 자기 자녀에게 체벌의 사용을 반대할 시는 교장에게 통고할 의무가 있다. 반대할 경우는 학교에서 학기 초에 배부하는 서면양식에 반대의사를 분명하게 밝히고 제출해야 효력이 발생된다. 3. 체벌은 학교장에 의해서 수행되어야 하며 교장이외의 교원에 의하는 체벌은 부적절하다. 4. 체벌은 체벌을 받아야만 하는 잘못된 행동이 있을 경우 지체 없이 시행되어야 하며 화가 난 상태에서는 절대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 5. 체벌이 사용될 때 증인이 반드시 임석해야 한다. 6. 비록 학부형의 체벌사용 요구가 있다 하더라도 교장은 다른 대안을 사용할 수 있다. 7. 체벌을 사용한 후 학교 사무 담당실에 보고해야 하며 사무담당자는 교육청에서 발행한 서면양식에 의거 체벌사용과정을 기록 보관해야 한다. 8. 위 기록양식 사본을 학교장은 학부모에게 보내야 한다. 9. 체벌은 규정된 회초리로 때리는 것으로 제한하며 3회 이상 허용되지 않는다. 10. 체벌에 사용되는 회초리는 평소에 학생들에게 보여주어서는 안 되며 학교장은 은밀한 곳에 보관하여야 한다. 11. 고등학생에게 체벌을 사용할 시 그 학생이 다른 대안을 요구할 때는 그 대안 선택의 기회를 주어야 한다.
이상과 같이 교육청에 따라 사전에 학부모의 동의를 필요로 할 뿐만 아니라 체벌장소는 교장실로 제한하고 반드시 증인이 임석해야 하며, 신체부위에 일시적으로 나마 멍 자욱이 남아서는 안 되는 등 복잡하고 까다로운 규정 때문에 체벌의 사용이 사실상 금지되었다고 할 수 있다. 대신에 학교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하여 부정적 강화와 같은 행동주의 모형이나, 인간주의 모형 등 여러 대안들이 개발되어 사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일찍이 정범모 박사가 언급한 대로 체벌은 아이에게 공포해야만 잘하고 공포가 없어지면 제멋대로 방지해도 좋다는 것을 가르쳐 준다. 뿐만 아니라 체벌은 아이에게 폭력은 당연하고 정당하다는 것을 가르쳐 준다. 그래서 폭력이 사회에 만연해 간다. 체벌 없이도 아이들이 잘 기르고 잘 가르칠 수 있는 상과 벌의 체제는 얼마든지 있다(정범모, 인간과 사회와 교육I, 서울: 나남출판사. 1994, p. 249) 라고 언급한 바가 주는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이는 학교폭력과 교사가 사용하는 체벌과 상관관계가 있음을 시사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개를 훈련하는 개 학교(Dog School)에서는 체벌이 전혀 사용되지 않고 대신 강화방법만이 사용된다는 사실을 지적하고자 한다. 이는 개를 사랑하는 犬道主義(?)에 입각해서라기보다는 체벌의 효과가 전혀 없어 바로 교육의 생산성의 문제에 직면하게 되며 결과적으로 손님이 떨어져 수지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오래전 한 일본 학교 교장선생님의 변이 생각난다. 체벌은 유리한 위치에 있는 교사가 불리한 위치에 있는 학생들과의 싸움에 지나지 않는다는 표현이 체벌의 본질을 설명하는 더 없는 적절한 표현 같다.
●필자: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교육학과 졸업, 서울대학교 대학원(교육학 석사), The University of Texas at Austin C & I 학과(철학박사), 전북대학교 사범대학 학장, 교육대학원장 역임. 입학관리실장, 교육학과 교수(현재)
지난해 학교폭력으로 징계 받은 학생의 수는 전국적으로 5,808개 학교 6,604명으로 집계됐다. 교육인적자원부에 따르면 2005년 학교 폭력으로 퇴학 91명, 출석정지 382명, 전학 410명, 학교 또는 사회봉사 4,659명, 서면사과・접촉금지・학급교체・심리치료 등 기타 1,062명 등의 학생이 특별 조치를 받았다. 징계로 가지 않고 주의정도 받은 통계까지 헤아리면 학교폭력이 어느 정도 심각한지를 짐작할 수 있다.
한편 학교에서 교사들에 의하여 훈육 상 사용되는 방법의 하나로 체벌이라는 것이 있다. 우리의 교육현장을 보면 학습 면이나 생활지도면에서 학생들에게 체벌을 가하는 경향이 적지 않음을 볼 수 있다. 신체 부위에다 불쾌자극을 가하여 바람직하지 못한 행동을 억압하고자 사용하는 체벌이 다른 방법 보다 경제적이고 즉각적인 효과가 있다고 생각하는 교사들에 의해 사용되고 있기 때문으로 여겨진다. 체벌사용을 옹호하는 입장에서 보면 체벌은 문제행동을 빠르게 약화시키거나 소멸시킬 뿐만 아니라 옳고 그름을 구별하는 변별학습을 촉진시키고, 다른 학생이 유사한 문제행동을 일으키지 않도록 방지하는 효과 즉, 대리경험을 시키는 이점이 있다고 주장되어 지기도 하다. 그러나 최근에는 많은 국가에서 이런 저런 이유로 인하여 학교교육에서 체벌의 사용을 금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으며 우리의 교육계에서도 이 문제에 대한 재검토가 교육개혁의 일환으로 적극적으로 시도된 적이 있다.
예를 들어 1998년부터 서울시 교육청에서는 “체벌 없는 학교 만들기 운동”을 전개하기로 하였다. 그 당시 체벌 추방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었다는 판단 하에 이를 강력하게 추진하기로 하여 우선 원칙 없는 체벌을 금지하고 1999년도부터는 일체의 체벌을 금지하도록 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은 오래가지 못하고 교육부는 체벌에 관한 기본 원칙을 확정하여 “일선학교 교사들은 교육상 불가피한 경우 사회통념을 벗어나지 않는 범위에서 학교규정에 명시된 기준에 따라 학생을 체벌할 수 있다.”라고 명시하였다. 이에 각급 학교단위로 체벌사용지침을 제정하여 학교장의 허가를 얻어 교육적으로 실시하도록 하여 오늘날 한국은 여전히 체벌 사용국가로 분류되고 있다.
필자의 관찰과 교육 경험에 의하면 체벌과 학교폭력, 이들 두 가지 행위 간에는 어떤 관계가 있지 않는가 싶다. 체벌을 사용하지 않는 국가에서는 학교폭력의 문제도 거의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가설은 우리나라 학교 내에서도 존재한다고 할 수 있다. 필자가 35년 전 근무하였던 한 고등학교에서는 체벌이 사용되지 않았는데 우연하게도 학교폭력의 문제도 없었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주로 학생들 상호 간에 자행되는 학교폭력과 교사가 학생들에게 행하는 체벌 간에는 명백하게 그 사용 목적이 다르다고 해도 심리적인 과정과 외형상으로 다음과 같은 유사성이 상당한 정도로 존재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 신체부위에다 불쾌자극을 가한다는 점이다. ▶ 당하는 자가 가하는 자를 회피하는 회피학습이 유발된다. ▶ 당하는 자가 폭력이나 체벌을 당하는 장소를 회피한다. ▶ 바람직하지 않은 부작용이나 후유증이 반드시 수반된다. ▶ 체벌과 폭력은 물리적인 관점에서 비슷한 점이 많다. ▶ 당하는 사람의 의사와 관계없이 거의 강제적으로 시행된다. ▶ 일반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있는 자가 가하고 불리한 위치에 있는 자가 당한다.
이상과 같은 양자 간의 유사성에 의하여 학교 교육에서 체벌을 사용하지 않으면 학교폭력도 줄어 들 것 같다는 가설을 설정하고 싶다. 이러한 가설은 앞으로 조심스럽게 검증되어야 할 연구 문제이지만 몇 가지 연구결과가 이론적인 배경을 제공한다고 할 수 있다. 예를 들면 가정교육에서도 부모의 체벌 없이 양육된 집단과 체벌을 사용하여 양육된 집단 간의 공격성과 폭력사용 빈도에서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가 있다는 연구보고가 상당히 누적되어 있다.
체벌과 폭력과의 유사점의 열거와 체벌과 학생폭력간의 관계를 이 정도 설명하고 우선 이야기의 전개를 위하여 필자의 자녀 교육과 관련한 유학 시절 경험담을 소개하고자 한다. 80년대 초 미국 유학길에 자녀를 동반하여 미국 오스틴 텍사스주 오스틴 시의 한 초등학교에 딸아이를 입학시켰다. 하루는 학교당국으로부터 하나의 학교통신문 왔는데 그 내용은 “학습지도나 생활지도상 필요한 경우 교장이 행하는 체벌에 동의하느냐 하는 여부를 묻는 것이었다. 동의하면 yes 란에 ∨ 표하고, 반대하면 no 란에 ∨ 표하는 식이었다. ”미국 사람은 키가 크고 속이 없다는 데 별것을 다 학부모에게 물어 보는 구나.“ 생각하고 그저 무심코 yes 란에 ∨ 표하고 딸아이에게 되돌려 주어 제출하게 하였다. 그 후 얼마가 지나 학교 공개행사에 참석하여 사제간의 인간관계 분위기 등을 보니 도저히 체벌을 사용하는 분위기가 아님을 직감하였다. 이런 분위기에서 나의 딸아이가 체벌을 당했다면 얼마나 처량하였겠느냐고 생각한 나머지 담임교사에게 도대체 체벌 사용에 동의한 학부모가 몇 분이나 되느냐고 묻었을 때, 답변은 \"Only you!\"라고 짤막하게 들었을 때 그 씁쓸했던 기억이 지금도 가시지 않는다. 그러한 씁쓸했던 마음은 우리 문화권에서 아무런 저항 없이 당연하게 사용해야 하는 체벌의 본질이 무엇이고 다른 국가에서는 어떻게 사용하는가 하는 면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기원전 2000년 경 메소포타미아 지방에 살았던 메이족이 인류 최초로 체벌에 관한 기록을 점토판에 남겼다. 고고학자들에 의하여 판독 해석된 결과에 의하면 그 당시 체벌이 학교에서 상당히 심하게 사용되었음이 한 학생의 표현에 의하여 전해지고 있다. 이와 같이 체벌이 2000년 이상 별 저항 없이 사용되었으나 최근에 와서는 그 사용 여부가 논란의 대상이 되었다. 그런 결과 체벌의 효용성과 그 부작용 대한 우려로 말미암아 이의 사용을 금하는 국가가 차츰 증가되고 있는 추세이다. 일찍이 폴란드에서는 1783년부터 학교에서의 체벌사용이 법으로 금지되었고, 네델란드는 1850년, 프랑스는 1887년, 핀란드는 1890년, 스웨덴은 1958년부터 체벌 사용이 불법화 되었다. 일본은 1970년대 후반 각 지방 교육청단위로 약간의 변화가 있기는 하지만 1945년 제정 공포된 일본학교 교육법 제11조에 의해 학생에 대한 징계의 수단으로서의 체벌이 금지되고 있다. 독일의 경우 1970년대부터 전반적으로 체벌사용에 있어서 매우 신중한 자세를 견지하는 경향이 나타나기 시작하여 초등학교 저학년이나 여학생에게는 체벌의 사용을 금하고 있으며 아예 학교법이나 행정지침으로 교사의 체벌사용을 명문화하여 금지하는 주가 많이 증가하고 있다. 영국의 경우 체벌을 근절하기 위하여 정부가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하고는 있지만 입법적인 조치보다는 교육관계자들 간의 합의를 더욱 존중하는 방향으로 유도하고 있어 거의 사용이 중지된 상태이다.
특기할 만한 사항은 옛 소비에트 연방공화국과 그 위성국가들이 학교교육에서 체벌을 법으로 금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리하여 동북아시아의 대표적인 네 개의 국가, 대한민국, 북한, 중국, 일본 중 대한민국만이 체벌이 허용되고 있다.
미국이나 캐나다의 경우 대략 1960년대부터 체벌의 사용문제가 논의의 쟁점이 되었다. 그리하여 1970년대 말에 이르러 미국은 체벌을 주법으로 금하는 주가 대여섯 개로 늘어나드니 1988년에 이르러서는 11개 주로 늘어났고. 2006년에 이르러 25개 주 이상으로 증가되었다. 캐나다의 경우는 온타리오주에서 법으로 금하고 있으며 대부분의 주에서 여학생의 체벌을 통제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주법에 의하여 금하지 않고 있더라도 교육청 단위로 규정을 정해 사실상 체벌이 거의 사용되지 않고 있다.
하나의 예를 들어 텍사스주의 오스틴시 교육청에서 제정한 체벌사용지침(Administration Handbook, {Fo-Local}, Nov. 10, 1986, Austin, Texas)의 개요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1. 체벌의 사용을 위해 사전에 학부모의 허락이 꼭 요구되지는 않는다. 2. 만일 어떤 학부모가 자기 자녀에게 체벌의 사용을 반대할 시는 교장에게 통고할 의무가 있다. 반대할 경우는 학교에서 학기 초에 배부하는 서면양식에 반대의사를 분명하게 밝히고 제출해야 효력이 발생된다. 3. 체벌은 학교장에 의해서 수행되어야 하며 교장이외의 교원에 의하는 체벌은 부적절하다. 4. 체벌은 체벌을 받아야만 하는 잘못된 행동이 있을 경우 지체 없이 시행되어야 하며 화가 난 상태에서는 절대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 5. 체벌이 사용될 때 증인이 반드시 임석해야 한다. 6. 비록 학부형의 체벌사용 요구가 있다 하더라도 교장은 다른 대안을 사용할 수 있다. 7. 체벌을 사용한 후 학교 사무 담당실에 보고해야 하며 사무담당자는 교육청에서 발행한 서면양식에 의거 체벌사용과정을 기록 보관해야 한다. 8. 위 기록양식 사본을 학교장은 학부모에게 보내야 한다. 9. 체벌은 규정된 회초리로 때리는 것으로 제한하며 3회 이상 허용되지 않는다. 10. 체벌에 사용되는 회초리는 평소에 학생들에게 보여주어서는 안 되며 학교장은 은밀한 곳에 보관하여야 한다. 11. 고등학생에게 체벌을 사용할 시 그 학생이 다른 대안을 요구할 때는 그 대안 선택의 기회를 주어야 한다.
이상과 같이 교육청에 따라 사전에 학부모의 동의를 필요로 할 뿐만 아니라 체벌장소는 교장실로 제한하고 반드시 증인이 임석해야 하며, 신체부위에 일시적으로 나마 멍 자욱이 남아서는 안 되는 등 복잡하고 까다로운 규정 때문에 체벌의 사용이 사실상 금지되었다고 할 수 있다. 대신에 학교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하여 부정적 강화와 같은 행동주의 모형이나, 인간주의 모형 등 여러 대안들이 개발되어 사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일찍이 정범모 박사가 언급한 대로 체벌은 아이에게 공포해야만 잘하고 공포가 없어지면 제멋대로 방지해도 좋다는 것을 가르쳐 준다. 뿐만 아니라 체벌은 아이에게 폭력은 당연하고 정당하다는 것을 가르쳐 준다. 그래서 폭력이 사회에 만연해 간다. 체벌 없이도 아이들이 잘 기르고 잘 가르칠 수 있는 상과 벌의 체제는 얼마든지 있다(정범모, 인간과 사회와 교육I, 서울: 나남출판사. 1994, p. 249) 라고 언급한 바가 주는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이는 학교폭력과 교사가 사용하는 체벌과 상관관계가 있음을 시사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개를 훈련하는 개 학교(Dog School)에서는 체벌이 전혀 사용되지 않고 대신 강화방법만이 사용된다는 사실을 지적하고자 한다. 이는 개를 사랑하는 犬道主義(?)에 입각해서라기보다는 체벌의 효과가 전혀 없어 바로 교육의 생산성의 문제에 직면하게 되며 결과적으로 손님이 떨어져 수지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오래전 한 일본 학교 교장선생님의 변이 생각난다. 체벌은 유리한 위치에 있는 교사가 불리한 위치에 있는 학생들과의 싸움에 지나지 않는다는 표현이 체벌의 본질을 설명하는 더 없는 적절한 표현 같다.
●필자: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교육학과 졸업, 서울대학교 대학원(교육학 석사), The University of Texas at Austin C & I 학과(철학박사), 전북대학교 사범대학 학장, 교육대학원장 역임. 입학관리실장, 교육학과 교수(현재)